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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쥐 서울 구경 시골 쥐가 서울 구경을 올라 왔습니다. 처음 길이라 허둥허둥하면서, 짐차를 두 번 세 번이나 갈아타고, 간신히 서울까지 왔습니다. 직행 차를 타면 빨리 온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래도 짐차를 타야 먹을 것도 많고 사람의 눈에 들킬 염려도 적으므로, 짐차를 타고 온 것이었습니다. 기차가 한강 철교를 건널 때에는 어떻게 무서운 소리가 크게 나는지, 어지러워서 내려다보지도 못하고 왔지마는, 서울까지 다 왔다는 말을 들을 때에는 기쁜 것 같고 시원한 것 같으면서도, 가슴이 울렁울렁하였습니다. 남대문 정거장에 내려서, 자아 인제 어디로 가야 되나 하고 망설이고 섰노라니까, "여보, 여보!" 하고,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보니까, 이름은 몰라도 역시 자기와 같은 쥐이므로 할아버지나 만난 것처럼 기뻐서, ".. 2024. 3. 2.
그믐날 밤 사람들이 모두 잠자는 밤중이었습니다. 절간에서 밤에 치는 종 소리도 그친 지 오래된 깊은 밤이었습니다. 높은 하늘에는 별만이 반짝반짝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한 밤중이었습니다. 이렇게 밤이 깊은 때 잠자지 않고 마당에 나와 있기는 나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참말 내가 알기에는 나 하나밖에 자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시계도 안 보았어요. 아마 자정 때는 되었을 것입니다. 어두운 마당에 가만히 앉아 별들을 쳐다보고 있노라니까 별을 볼수록 세상은 더욱 고요하였습니다. 어디서인지 어린 아기의 숨소리보다도 가늘게 속살속살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가 들어서는 큰일 날 듯한 가늘디 가는 소리였습니다. 어디서 나는가 하고 나는 귀를 기울이고 찾다가 내가 공연히 그랬는가보다고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속..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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